[인터뷰] '변산' 박정민 "무명래퍼·금의환향 콤플렉스…학수役, 공감 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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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산'의 주인공 배우 박정민[사진=메가박스(주)플러스엠 제공]

배우 박정민(31)은 끊임없이 변화해왔다. 영화 ‘파수꾼’을 지나 ‘들개’, ‘오피스’, ‘동주’, ‘그것만이 내 세상’에 이르기까지. 그는 자유자재로 형태를 바꾸고, 천연덕스럽게 장르와 캐릭터 사이를 오갔다. 때로는 진중하고 때로는 천진난만한 그의 얼굴은 사실 자신만의 ‘로직’과 철저한 계산법으로 완성되었음을, 그의 지난 필모그래피를 통해 알아차릴 수 있었다.

지난 4일 개봉한 영화 ‘변산’(감독 이준익) 또한 그렇다. 꼬일 대로 꼬인 순간, 친구 선미(김고은 분)의 꼼수로 고향 변산에 돌아오게 된 무명 래퍼 학수(박정민 분)의 이야기를 다룬 작품을 두고 그는 “공감과 이해”를 무기로 접근하고자 한 것이다. 평소 스스로를 납득시키려 애쓰던 박정민이지만 어쩐 일인지 “학수만큼은 쉬이 이해가 돼” 어렵지 않게 그 인물과 동화될 수 있었다고. 넓어진 이해의 폭만큼이나 한결 마음이 가벼워진 듯한 박정민을 만나 ‘변산’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다음은 아주경제와 만나 인터뷰를 가진 박정민의 일문일답이다

영화 '변산'의 주인공 배우 박정민[사진=메가박스(주)플러스엠 제공]


평소 캐릭터를 접근할 때, 자신만의 ‘로직’을 준수한다고 했다. ‘변산’의 학수도 그랬나?
- 물론이다. 다만 이번 작품은 공감이 되는 부분이 많아서 접근하기에 수월했다. 어쨌든 영화기 때문에 극대화된 부분은 있겠지만…. 아예 모르는 건 아니니까. 이번 작품에서 중요한 건 ‘관계’들이었다. 아버지(장항선 분)와의 관계, 선미와의 관계, 원준(김준한 분), 미경(신현빈 분), 용대(고준 분) 등등. 감정 기복이 심한 학수가 그들을 만나 적절한 호흡을 내는 것이 관건이었다.

학수가 박정민을 설득하는 과정은?
- 만들어냈다. 촬영하다 보면 학수로서의 감정이 붙는다. 후반에는 어느 정도 쉽게 이해가 됐다. 초반에는 학수만의 상황을 만들어야 했다. 어머니와 어떻게 지냈고, 어떻게 생각하고 있고…. 이런 것들을 상상하면서 스스로를 설득했다. 시나리오에는 없지만 충분히 유추할 수 있는 부분들이 있었다.

영화를 보면서 어딘지 모르게 학수와 박정민은 닮은 구석이 많을 거라는 생각이 들더라
- 그런 것 같다. 성격도 닮아있고 종종 글도 쓰고 있으니까. 학수도 음악을 하지만 가사를 쓰는 친구니까. 자신의 음악을 들려주고 싶어서 고군분투하는데 잘 안 되는 모습이 좌절을 많이 겪을 때 나와 닮아있다. 아버지와의 관계도 그렇다. 물론 우리 가족은 화목하지만 다들 무뚝뚝하고 대화가 없어서…. 하하하. 그런 공통점들로 출발했다. 제 안에 있는 모습과 닮아있는 역할이죠.

나와 닮은 인물을 연기하는 게 편한가?
- 아무래도 그런 것 같다. 사투리를 쓰긴 해도 과하지 않고 걷거나 어떤 제스처를 취할 때도 그냥 ‘나’처럼 하면 된다. 내 안의 모습을 꺼내는 작업인 셈이다. 내 안에 없으면 습득하는 과정이 필요하니까. 아무래도 수월하지 않은 구석이 있기 마련이다.

영화 '변산'의 주인공 배우 박정민[사진=메가박스(주)플러스엠 제공]


극 중 학수는 변산이라는 소도시에서 나고 자라 그 ‘시골’이라는 장소가 주는 오묘함을 알고 있는 캐릭터다. 때로는 답답하고 너무 가깝게 느껴지는 그런 관계들이 있지 않나. 박정민은 이를 이해하고 접근할 수 있었나?
- 저는 사실 도시 사람이다. 분당에서 제일 오래 살았으니까. 다만 고등학교를 충남 공주에서 나왔기 때문에 어느 정도 그 시골의 정서를 이해할 수 있었다. 게다가 친구들이 하나둘 자리를 잡을 때 저는 방황했으니. 데뷔하고 나서도 학교에 잘 못 가겠더라. ‘금의환향’ 콤플렉스라는 게 있는 것 같다. 나도 잘 돼서 학교에 가고, 선생님도 만나고, 후배들도 찾고 싶은데 상황이 마땅치 않으니까. 그들은 그렇지 않을 수 있는데 괜히 ‘연기한다더니 유명하지도 않다’며 비웃을 것 같더라. 그런 마음과 학수의 심경이 닮지 않았을까 생각했었다. 약간은 창피한 마음들.

다시 만난 이준익 감독은 어떤가?
- ‘동주’가 끝난 뒤, 감독님과 배우가 아닌 사람 대 사람으로 자주 만남을 가졌다. 그러다 보니 편안해졌고 관계를 지속할 수 있었다. 이제는 서로 놀리기도 하고 점점 더 가까워지는 것 같다. 시간이 흐를수록 친구가 되어가는 느낌이다.

감독님이 학수에 대한 힌트를 던져주지는 않았나?
- 학수는 사랑을 받아본 적이 없어서 주지도 못 하는 인간이라고 하더라. 그 말이 너무 아팠다. 이 아이를 사랑해주던 엄마가 돌아가시고 사랑을 받아본 적이 없으니 줄 수도 없어진 거다. 짠했다. 그 말이 학수를 가장 잘 설명해주는 말 같다. ‘변산’의 모든 인물이 학수를 적대시하지 않고 해코지한 적도 없는데 학수는 그냥 그곳 모두가 싫고 비뚤게 보는 거다. 가끔 이런 캐릭터에 대한 이야기를 툭툭 던져주시곤 했다.

영화 '변산'의 주인공 배우 박정민[사진=메가박스(주)플러스엠 제공]


‘변산’의 모든 인물이 능청스럽게 위기들을 모면하지 않나. 학수만이 유일하게 ‘정상적’으로 사고하고 반응하는 것 같았다. 그러다 보니 학수는 늘 황당해하고, 버럭버럭하며 부정하지 않나
- 맞다. 학수가 가장 정상적이지. 하하하. ‘트루먼 쇼’ 같지 않나? 캐릭터도 연기도 ‘자체적’으로 하지 않았다. 상대 배우에게 맞춰서 반응하는 것이 저와 학수의 할 일이라고 봤다.

아버지와의 관계는 어떻게 이해했나? 영화의 톤과는 달리 사실 두 사람의 갈등과 관계는 골이 깊지 않나
- 울분이라고 생각한다. 아무 연고도 없는 서울에서 랩을 하겠다고 분투하는데 잘 되지도 않고 누구든 탓하고 싶었을 것 같다. 그러다 화목한 가정에서 태어나 나를 지지해주는 부모를 만나 지원을 받았다면 덜 힘들게 자랄 수 있었을 거라는 생각을 했을 것 같고. 이 모든 원흉이 누구냐고 생각했을 때, 결국 아버지를 떠올렸을 거다. 아버지 때문에 변산으로 돌아왔고 싫은 사람들을 계속 만나는 것도 너무 짜증 났을 테니까. 그러나 학수의 감정에만 치우친다면 영화는 보기 싫었을 거다. 구질구질할 수밖에 없으니까. 그래도 분명 학수와 아버지의 해방구가 있었고 관계는 풀린다고 본다.

그렇다면 선미와의 관계는 무엇이라고 해석하나? 단순한 사랑은 아닌 것으로 느껴지는데
- 사랑은 아니다. 그 감정은 이후에 발생하는 거니까. 제 생각에는 조력자 같다. 그와 원치 않은 상생을 하는 거다. 처음에는 선미의 말을 크게 받아들이지 않지 않나. 나중에 그의 말에 진실이 있다는 걸 깨닫고 아버지와 관계도 풀어진다. 한마디로 정의하기는 힘든 관계다.

어머니 같은 존재기도 하겠다. 싫은 소리를 하더라도 바른 방향으로 걷게 해주고 싶은
- 그런 것 같다. 선미의 말로 학수가 성숙해지는 거다. 그러다 문득 사랑을 깨닫는 거지. 저는 그런 사랑을 해본 적은 없지만. 하하하. 그러고 보니 감독님도 비슷한 이야기를 하셨던 것 같다. 아마 엄마와 굉장히 닮아있을 거라고. 엄마와 동실시 되는 부분이 있었을 거 같다.

영화 '변산'의 주인공 배우 박정민[사진=메가박스(주)플러스엠 제공]


래퍼로서 랩을 하는 장면도 훌륭했다. 사실 처음엔 오그라들면 어쩌나 걱정했다
- 저는 랩을 잘하는 게 아니다. 프로 래퍼들도 자기 목소리를 찾는 데만 몇 년씩 걸린다. 몇 개월 연습한 걸로 칭찬받는 건 기만이지. 다만 이 영화에서 랩은 수단이고 학수의 마음을 리듬감 있는 대사로 전달하는 거다. 독백인 거지. 중요한 건 가사라고 생각했다. 학수라는 인물을 가장 많이 연구한 사람은 저니까 (가사도) 쓰게 된 거고. 그런 거다.

저는 ‘쇼미더머니’를 보면서 자주 운다. 그 래퍼가 랩을 잘하건, 못하건 간에 진짜 자기 얘기를 할 때 감정이 울컥 올라온다. 학수는 그런 랩을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요즘 유행하고 세련된 것보다 허심탄회하게 속마음을 털어놓는 래퍼. 가사가 학수와 닿아있어야 한다고 생각한 거지.

평소에도 랩을 좋아했으니 접근도 수월하지 않았을까?
- 원래부터 랩을 좋아했다. 하지만 가사를 쓰고 랩을 하는 건 아니니까. 그냥 찾아 듣는 정도였던 거다. 다만 많은 곡을 알고 있으니 랩 선생님이었던 얀키 형과 어느 정도 대화는 나눌 수 있었다. 예컨대 ‘OO라는 노래 들어봤어?’라고 했을 때 ‘아뇨’라고 한다면 대화가 어려워지는데 저의 경우는 그래도 빨리 알아들을 수는 있었으니까.

박정민이 본 래퍼들의 특성은 어땠나? 학수에게 ‘심뻑’(학수의 랩 네임)의 무드를 적용하기 위해서 레퍼런스로 삼은 것들
- 기교를 부리지 말자고 생각했다. 래퍼 넉살 씨를 주로 봤던 것 같다. 그분의 가사를 많이 참고했다. 거기다 이건 영화니까 전달력도 좋아야 하고. 기교 없이 정직하고 정확하게 가려고 했다. 음, 그리고 제스처는 ‘하지 말자!’고 했다. 하하하. 하면 할수록 이상하니까. 저도 오그라드는 걸 꽤 싫어해서 오그라드는 걸 피하다 보니 아무것도 안 하게 되더라. 조금씩만 움직이기로.

곧 영화 ‘사바하’로 만나겠다
- 그럴 것 같다. 2018년 개봉이라 곧 다시 만나게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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